디지털 시대, 다문화 가정은 왜 더 어려운가?
우리 사회는 빠르게 디지털화되고 있으며, 이는 모든 국민의 삶의 방식과 학습 환경,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바꾸고 있다. 특히 학교, 관공서, 은행, 병원 등 공공 서비스조차 대부분 디지털 기반으로 전환되면서, 스마트기기와 온라인 시스템에 대한 이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그러나 이런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데 있어 상대적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는 계층이 있다. 바로 ‘다문화 가정’이다.
다문화 가정의 부모나 보호자는 한국어에 능숙하지 않거나, 디지털 기기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또한 문화적 차이로 인해 자녀 교육 방식에 익숙하지 않거나, 공교육 시스템에서 제공하는 디지털 콘텐츠를 이해하는 데 제약이 따르기도 한다. 그 결과, 자녀가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을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거나, 가정 내에서 디지털 학습을 지원받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에 부딪힌다.
이런 현실은 단순한 언어 장벽을 넘어, 디지털 정보 접근성의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다문화 가정의 디지털 소외는 자녀의 학업 성취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소외나 교육 기회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다문화 가정을 위한 맞춤형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전략이 필요하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단순한 기기 사용 능력이 아니다. 그것은 정보를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판단하며, 온라인 공간에서 안전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할 수 있는 복합적인 역량이다. 이 글에서는 다문화 가정을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방향성과 실제 전략을 세 가지 측면에서 정리해 보고자 한다.
다문화 가정을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과 현황
다문화 가정의 자녀는 대부분 한국 공교육 시스템에 편입되어 생활하고 있지만, 학습 언어와 문화가 가정과 학교에서 상이하다는 점에서 이중의 장벽을 경험한다. 특히 온라인 학습 환경에서는 한국어 기반의 교육 자료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부모가 자녀를 도와주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1) 언어 격차와 디지털 소통의 어려움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다문화 학생 교육 실태조사’(2023)에 따르면, 다문화 가정 학부모의 47%가 자녀의 온라인 학습에 참여하지 못한다고 답했으며, 이 중 68%는 한국어 부족과 시스템 이해 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이는 단순히 기술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언어적·문화적 장벽과 디지털 리터러시 부족이 동시에 작용하는 문제임을 보여준다. 특히 다문화 가정의 학부모는 공공기관의 웹사이트, 학교 커뮤니케이션 앱, 디지털 알림장 등 일상적인 도구조차 능숙하게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2) 디지털 격차로 인한 교육 불평등
한국은 OECD 국가 중 인터넷 보급률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지만, 디지털 활용 능력에 있어서는 가구 간, 계층 간, 문화 간 격차가 존재한다. 특히 다문화 가정의 디지털 격차는 자녀의 학교생활, 진로 탐색, 사회 참여 등 다양한 측면에서 불이익으로 작용한다. 예컨대, 학교에서 진행하는 디지털 과제나 온라인 자료 검색, 공동 프로젝트 등에서 가정의 지원을 받지 못한 학생은 상대적으로 성취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는 단지 교육기관의 책임으로만 볼 수 없다. 국가 차원에서 다문화 가정을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정책을 마련하고,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반영한 교육 콘텐츠 개발과 접근성 보장 정책이 필요하다.
맞춤형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전략: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다문화 가정을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은 단순히 ‘컴퓨터를 가르치는 일’이 아니다. 교육은 언어, 문화, 사용 목적에 따른 개인 맞춤형이어야 하며,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아래는 실효성 있는 전략 세 가지다.
(1) 다언어 기반 디지털 교육 콘텐츠 개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다문화 가정 구성원이 자국어로 디지털 정보를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이다. 정부나 지자체, 교육청은 주요 교육 콘텐츠를 다국어로 번역해 제공해야 하며, 웹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에서도 언어 설정 기능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디지털 기초부터 가르치는 영상 콘텐츠나, 일상에서 유용한 디지털 행동 가이드를 그림과 영상 중심으로 제작하면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보호자도 쉽게 학습할 수 있다.
예시로는 “초등학교 알림장 보는 법”, “학교 홈페이지 로그인 방법”, “공공 앱 사용법” 등 주제별 영상 시리즈가 있다. 이러한 콘텐츠는 유튜브, 카카오 채널, 네이버 TV 등 접근성이 좋은 플랫폼에 배포함으로써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2) 지역 기반 ‘디지털 돌봄 프로그램’ 운영
지역 다문화 센터나 마을 도서관, 주민센터 등을 활용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실’을 정기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자녀 교육을 위한 정보 제공이 아니라, 디지털 세상에 적응할 수 있는 사회적 역량을 기를 수 있는 생활밀착형 프로그램이 되어야 한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다룰 수 있다. 스마트폰 기초 사용법(앱 설치, 문자 확인, 사진 저장 등), 자녀 학교 시스템 연동법(e알리미, NEIS 등), 사이버 범죄 예방법(피싱, 허위광고 구별 등), 개인정보 보호 교육(비밀번호 설정, 인증 등)이 있다.
프로그램은 언어통역이 가능한 지역 강사 또는 다문화가정 출신의 선배 엄마들이 주도하면 효과가 더 높다. 이런 방식은 단지 교육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의 관계 형성, 정보 나눔, 사회통합 효과까지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3) 자녀와 함께 배우는 ‘가정형 디지털 리터러시 수업’
디지털은 이제 부모와 자녀가 함께 배워야 하는 시대다. 특히 다문화 가정에서는 부모가 자녀보다 디지털 활용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정 내 공동 학습’이 중요한 전략이 된다.
학교나 지자체는 ‘가정형 과제’ 또는 ‘가정형 디지털 놀이 수업’을 설계하여, 자녀가 부모에게 앱 설치 방법을 설명하거나, 부모와 함께 가짜 뉴스 구별 퀴즈를 풀거나, 가족사진으로 디지털 포토 북을 만드는 활동 등 가정 내에서 자연스럽게 디지털 역량을 키우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수업은 자녀의 학습 동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부모에게는 실생활에 필요한 기술을 체득할 기회를 제공한다. 더불어 가족 간의 정서적 유대도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문화 가정 디지털 리터러시, 포용 사회로 가는 첫걸음
디지털 사회에서의 소외는 단순히 불편함을 넘어 정보와 기회의 박탈로 이어지는 심각한 문제가 된다. 특히 다문화 가정은 언어적, 문화적, 사회적 이유로 디지털 정보에 접근하는 데 큰 장벽을 겪고 있다. 이 격차를 해소하지 않으면, 교육의 공정성과 사회의 포용성은 결코 완성될 수 없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기술 교육이 아니다. 그것은 정보 속에서 사람을 이해하고, 표현을 조절하며, 책임 있게 행동하는 문화적 역량이다. 다문화 가정도 이 역량을 충분히 갖출 수 있어야 하며, 그 시작은 이들을 위한 맞춤형 전략과 실천적 교육 설계로부터 가능해진다.
이제는 다문화라는 단어가 더 이상 특별한 것이 아닌, 우리 사회의 일상이 된 만큼, 그 일상에 걸맞은 디지털 교육 전략 역시 일상화되어야 한다. 포용적 디지털 리터러시는 대한민국 교육의 다음 과제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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