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리터러시를 키우는 유아 그림책 활용법
디지털 시대, 그림책은 여전히 가장 강력한 리터러시 도구다
디지털 환경이 유아의 일상에 빠르게 스며들면서, 부모와 교육자들은 아이들의 정보 수용 방식과 사고력 발달에 대한 새로운 고민을 안고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 유튜브 키즈 채널 등의 콘텐츠가 유아의 주된 놀이 및 학습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그만큼 아날로그 매체의 역할은 축소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지금에 이 시점에서야말로, ‘그림책’이라는 매체가 다시 중심에 놓여야 하는 이유가 있다.
디지털 콘텐츠는 짧고 자극적인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며, 수동적인 시청 경험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그림책은 천천히 넘기며 내용을 따라가고, 상상하고, 대화하고, 감정을 나누는 능동적인 매체다. 특히 유아기에 그림책을 통해 정보와 감정을 읽어내고 해석하는 경험은, 앞으로 아이가 마주하게 될 다양한 디지털 정보들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능력, 즉 디지털 리터러시의 기초를 다지는 과정이 된다.
이 글에서는 유아기 디지털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기반으로, 그림책을 어떻게 활용하면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해석력, 표현력, 윤리적 사고를 기를 수 있는지를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그림책이 디지털 리터러시 형성에 기여하는 이유
그림책은 단순히 언어를 가르치는 도구가 아니라, 정보 해석력, 미디어 구조 이해, 감정 표현, 비판적 사고력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교육적 자산이다. 이는 디지털 리터러시의 핵심 구성 요소와 매우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1) 정보 해석력과 비판적 사고를 키우는 구조
디지털 리터러시는 정보를 수용하는 동시에, 그것이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능력을 포함한다. 그림책을 읽으며 등장인물의 행동, 상황의 맥락, 결말의 의미를 함께 해석하는 과정은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왜 그랬을까?", "이건 옳았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거짓말을 해서 위기를 넘긴 그림책을 읽었다면, 그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다른 선택은 없었을지, 아이와 함께 이야기 나누며 의미를 재해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러한 반복적 대화와 추론 활동은 디지털 콘텐츠를 단순히 소비하지 않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디지털 리터러시의 초석이 된다.
(2) 다양한 관점과 정보 구조를 경험하는 기회
그림책은 이야기의 구조가 직선적이지 않고 다양하다. 일부 책은 플롯이 반복되거나 비선형적이며, 다른 책은 한 장면을 다양한 시각에서 설명하거나, 상징과 추상적 개념을 활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구조적 다양성은 아이에게 한 가지 정보에도 여러 관점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하게 해 준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정답’이나 ‘단일한 해석’을 제공받는 콘텐츠가 많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다양한 시선으로 내용을 읽는 훈련은 매우 중요하다. 그림책을 통해 다각도의 접근을 경험한 아이는 나중에 온라인 콘텐츠를 접할 때도 단순 수용이 아닌 비판적 탐색 태도를 유지할 수 있다.
(3) 공감 능력과 윤리적 판단력 발달
디지털 리터러시는 기술적인 요소만 아니라, 정보를 윤리적으로 사용하는 능력까지 포함한다. 특히 디지털상에서는 감정 전달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감정을 추측하거나 공감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그림책은 등장인물의 감정에 몰입하고, 상황을 상상하며,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는 능력을 자연스럽게 길러준다.
‘왕따’, ‘갈등’, ‘거짓말’, ‘다름’과 같은 소재를 다룬 그림책을 함께 읽으며 아이와 감정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디지털 공간에서 타인을 존중하고, 자신을 조절하는 디지털 시민성으로 이어진다.
디지털 리터러시를 위한 그림책 활용법 실전 가이드
그림책을 단순히 읽는 데 그치지 않고, 디지털 리터러시 함양의 도구로 적극 활용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실천 전략이 필요하다. 다음은 가정과 유치원, 어린이집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천 중심의 접근법이다.
(1) 이야기 해석을 질문 중심으로 이끌기
단순히 내용을 묻는 폐쇄형 질문(예: "주인공 이름이 뭐였지?")보다는 열린 질문을 통해 아이가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예: "이 장면에서 너라면 어떻게 했을까?", "이 친구는 왜 화가 났을까?", "이야기 끝이 마음에 들었어? 너라면 다르게 끝내고 싶어?"
이런 방식은 아이에게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훈련이 되며, 나중에 디지털 공간에서 정보를 마주했을 때도 수동적 수용이 아닌 주체적 판단을 하도록 돕는다.
(2) 실제 디지털 콘텐츠와 연결하는 확장 활동
그림책의 주제를 확장해 디지털 콘텐츠와 연결해 보는 것도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환경 보호를 다룬 그림책을 읽었다면, 유튜브에서 아이와 함께 ‘플라스틱 분리수거’ 영상을 보고, 그 내용의 차이점이나 공통점을 이야기해 볼 수 있다.
이런 비교 활동은 아이가 디지털 콘텐츠의 신뢰성, 정확성, 편향성에 대해 자연스럽게 질문하도록 만들고, 정보를 비판적으로 탐색하는 태도를 갖게 한다. 또한 아날로그와 디지털 콘텐츠를 함께 경험하며 정보 구조의 차이를 체득하게 된다.
(3) 그림책 만들기와 디지털 표현의 접목
아이와 함께 직접 그림책을 만들어보는 활동은 창의성과 표현 능력을 키우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이때, 디지털 도구(스마트폰, 태블릿, 프레젠테이션 툴 등)를 활용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글과 그림, 음성으로 표현하게 하면, 콘텐츠 제작자로서의 디지털 리터러시를 길러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직접 찍은 사진으로 구성된 이야기,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한 설명, 손으로 그린 그림을 스캔해 넣은 디지털 그림책 등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로서의 정체성을 만들어준다.
그림책은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첫걸음이다
디지털 시대에 태어난 아이들이지만, 스스로 디지털 리터러시를 갖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시작은 아날로그적 매체인 그림책을 통해 정보와 세상을 해석하는 연습에서부터 출발한다. 부모와 교사가 그림책을 도구로 삼아 아이와 대화하고 질문하고 표현하게 하는 과정은 결국 아이가 디지털 세계에서 자신만의 관점으로 소통하고 판단하며 윤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능력, 즉 디지털 리터러시를 키우는 핵심 경로가 된다.
디지털 시대에도 그림책은 여전히 유효하며, 오히려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는 단지 옛날 방식의 고집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를 더 깊이 이해하고 살아갈 수 있는 기초를 만드는 교육 철학이다. 아이와 함께 책장을 넘기는 순간, 우리는 단지 이야기를 읽는 것이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