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필수인 사회, 시니어는 어디까지 따라오고 있는가?
현대사회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바뀌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한 금융 거래, 병원 예약, 택시 호출, 정부 민원 신청까지 이제는 모두 모바일 기반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이런 변화 속에서 소외되는 세대가 있다. 바로 시니어 세대, 즉 고령층이다.
고령층의 디지털 접근은 이전보다 분명히 높아졌다. 2024년 기준 60세 이상 스마트폰 보유율은 90%를 넘고 있다. 하지만 ‘기기 소유’와 ‘기능 활용’은 전혀 다른 문제다. 카카오톡 메시지는 읽을 수 있지만 QR 체크인이나 정부 24 민원서류 발급은 어렵고, 사진은 찍을 수 있지만 첨부해서 전송하는 법은 모른다. 이렇게 일부 기능만 사용하는 현상은 단순한 기술 미숙이 아니라, 디지털 리터러시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다.
시니어 세대를 위한 디지털 교육은 단지 스마트폰 사용법을 가르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고령층의 눈높이와 생활 습관에 맞춰, 정보를 해석하고, 위험을 인식하며, 스스로 판단하고 표현하는 능력까지 길러주는 리터러시 교육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이 글에서는 실제 사례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시니어 맞춤형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방향과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안한다.
고령층의 디지털 현실: 기기 접근은 쉬워졌지만, 활용은 여전히 낮다
많은 사람이 “요즘 어르신들도 다 스마트폰 쓰잖아요”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사용의 깊이’에서 여전히 격차가 크다. 고령층이 사용하는 기능은 대부분 전화, 문자, 카카오톡, 유튜브 시청 등 매우 제한적인 범위에 머무른다.
2023년 한국정보화진흥원 통계에 따르면, 60세 이상 시니어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92.3%에 달했지만, 이메일 사용률은 12.7%, 공공 앱 활용률은 6.4%에 그쳤다.
또한 ‘디지털 기기 활용 자가 진단’ 결과에서 60세 이상 중 61.8%가 “앱의 접근 권한을 설정할 줄 모른다”라고 응답했고,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 방법을 스스로 찾는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8% 미만이었다.
이런 현상은 단순한 기기 조작 미숙을 넘어서, 정보를 해석하고 안전하게 활용하는 리터러시가 부족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특히 시니어들은 보이스피싱, 스미싱, 개인정보 유출 등 디지털 범죄의 주요 표적이 되고 있으며, 실제 피해 사례도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결국 문제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활용하는 역량의 부재다. 시니어를 위한 디지털 교육은 이제 단순한 IT 교육을 넘어, 일상생활에서 ‘안전하게, 똑똑하게’ 살아가기 위한 생존 교육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시니어 맞춤형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이렇게 해야 한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고령층에게 적용할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생활 중심, 눈높이 중심, 반복 중심’이다. 아래는 효과적인 시니어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위해 꼭 고려해야 할 핵심 전략들이다.
① 기능보다 ‘상황’ 중심 교육 설계
기능 위주의 교육(예: ‘버튼 누르기’)보다 상황 중심의 교육(예: ‘앱으로 병원 예약하는 방법’)이 훨씬 효과적이다. 어르신들은 기능을 기억하기보다, 상황과 연계된 흐름을 통해 더 오래 기억한다.
예를 들어 '택시 호출 앱 교육'의 경우 “비 올 때 길에서 택시 안 잡힐 때 어떻게 하나요?”, '정부 민원 앱 사용법'의 경우 “건강보험료 납부 명세 확인해 보신 적 있으세요?”등 현실의 불편함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질문을 통해 교육을 설계하면, 흥미도와 몰입도가 크게 향상된다.
② 반복과 실습 중심의 교육 방식
시니어 세대는 낯선 기술 환경에 쉽게 긴장하거나 포기할 수 있다. 따라서 이해보다 익숙함을 먼저 만들어주는 반복적인 실습 방식이 중요하다. 같은 동작을 3~5회 반복 실습하고, 직접 해보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또한 종이에 인쇄된 ‘단계별 그림 매뉴얼’을 제공하거나, 버튼에 색깔 스티커를 붙이는 식의 시각적 보조자료는 매우 효과적이다.
③ ‘이해→행동→공감’의 3단계 리터러시 훈련
단순히 사용하는 것에서 멈추지 말고, 정보의 의미를 이해하고, 판단하며, 표현하는 사고 훈련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뉴스 기사 공유하기'의 경우 “이 뉴스는 사실일까요? 누가 쓴 걸까요?”, '문자 메시지 분석'의 경우 “이 문자의 링크는 왜 위험할 수 있을까요?”, '카카오톡 그룹 채팅 에티켓'의 경우 “단체방에서 어떤 말이 오해를 부를 수 있을까요?” 등 이러한 질문을 통해 정보 해석 능력과 표현 윤리, 사기 예방 감수성까지 함께 교육하면, 어르신들도 디지털 공간에서 더 안전하고 자신감 있게 활동할 수 있게 된다.
시니어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성공 사례와 사회적 확장의 필요성
국내에서는 이미 일부 지자체나 복지기관을 중심으로 시니어 대상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중 성공적으로 평가받는 사례들을 보면,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존재한다.
사례 1: 서울 강북구 ‘디지털 배움터’
서울 강북구청과 정보화 지원센터가 공동 운영하는 ‘시니어 디지털 배움터’는 어르신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능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고 자녀에게 전송하기,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공지 읽는 법, 민원24 앱 설치와 인증서 사용법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주 2회, 회당 90분 수업 + 자율 실습 시간 제공이라는 구조로 구성되었으며, 교육에 참여한 어르신의 83%가 ‘생활이 편리해졌다’, 71%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고 응답했다.
사례 2: 경남 진주시 ‘할매 할배 디지털 토크 교실’
진주시는 지역 청년 강사를 활용해 ‘1:1 디지털 짝꿍’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어르신 한 명당 청년 강사가 1명이 배정되어, 생활 속 궁금증을 그때그때 해결해 주는 식의 ‘상시 맞춤형 수업’을 진행한 것이다. 이러한 밀착형 수업은 디지털 기기 사용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주고, 세대 간 소통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었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이제 시니어의 ‘선택’이 아니라 ‘권리’다
고령층의 삶도 이제는 디지털과 뗄 수 없다. 병원 예약, 주민센터 민원, 은행 업무, 택시 호출, 손주와의 영상통화까지 모두 스마트폰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시니어들이 기술을 모른다는 이유로 소외되거나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건 사회적 문제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더 이상 젊은 세대만을 위한 역량이 아니다. 삶의 질, 정보 접근성, 사회적 연결, 안전을 보장받기 위한 고령층의 ‘기본 권리’다. 따라서 국가와 사회는 더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하며, 현장 친화적인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기기를 잘 다루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정보를 스스로 해석하고, 의심하며, 표현하고, 위험을 피할 수 있는 능력이다. 시니어 세대가 그런 능력을 갖추도록 돕는 것. 그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해야 할 디지털 복지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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