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리터러시

디지털 리터러시가 필수가 된 이유, 통계로 알아보자

wobbi 2025. 7. 15. 16:55

디지털 사회, ‘잘 쓰는 것’보다 ‘잘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더 이상 오프라인 중심의 사회에 살지 않는다. 교육, 금융, 의료, 여가 등 일상의 거의 모든 영역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이루어진다. 청소년은 교과서를 대신해 스마트기기로 공부하고, 직장인은 메일보다 슬랙이나 노션을 더 자주 쓰며, 노년층조차도 정부 서비스를 모바일 앱으로 신청한다. 이처럼 디지털은 도구가 아니라 ‘삶의 기반’이 되었지만, 과연 우리는 이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고 있는가?

디지털을 '얼마나 빠르게 쓰는가?'보다, '어떻게 쓰고 있는가?'가 훨씬 더 중요해졌다. 단순한 기기 사용 능력은 이제 기본이며, 그 위에 필요한 것은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온라인에서 윤리적으로 소통하며, 자신을 보호하고 책임 있게 행동하는 종합적인 사고력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의 국내외 통계를 보면, 디지털 리터러시의 필요성은 단순한 교육적 구호를 넘어 사회적 생존 전략으로 자리를 잡고 있음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 글에서는 다양한 통계를 바탕으로 디지털 리터러시가 왜 지금 우리에게 필수 역량이 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가짜 뉴스, 허위 정보의 범람: 정보 판별 능력의 부재가 만드는 혼란

디지털 환경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문제는 ‘정보의 질’이다.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고, 쉽게 퍼뜨릴 수 있는 시대 속에서 가짜 뉴스, 조작된 정보, 상업성 콘텐츠가 진짜 정보처럼 포장되어 유통되고 있다.

2023년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1.7%가 ‘가짜 뉴스에 속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10대와 60대에서 이 비율은 더 높게 나타났고, ‘속은 줄도 모른 채 공유한 적 있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또한 OECD 디지털 정보판별력 평가(2022)에서는, 한국 중·고등학생의 출처 확인 능력이 평균 이하라는 결과가 나왔다. 대부분의 학생은 뉴스 내용보다는 제목과 이미지 중심으로 진위를 판단하고 있었다.

이러한 통계는 단순히 지식 부족이 아닌, 리터러시 부족으로 인한 집단적 판단 오류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특히 선거 시기, 감염병 위기, 사회적 갈등 상황에서는 잘못된 정보가 증오와 혐오를 부추기고, 사회적 분열을 심화시킨다. 디지털 리터러시가 없다면, 정보를 많이 접할수록 오히려 더 위험해질 수 있다. 정보의 양이 아니라, 판단력이 핵심이 되는 이유다.

 

 

디지털 격차의 현실: ‘기기’보다 ‘사고력’에서 벌어지는 간극

많은 사람은 여전히 디지털 격차를 단순히 ‘스마트폰을 쓸 수 있는가?’로 이해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기 사용보다 ‘정보 해석 능력’에서 훨씬 더 큰 격차가 존재한다.

2023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지털 역량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의 디지털 기기 활용률은 94.2%로 매우 높지만, ‘디지털 정보판단 역량 보유율’은 53.6%에 불과했다. 이는 절반에 가까운 국민이 디지털 기기를 잘 다루더라도, 정보의 사실 여부를 가릴 수 있는 판단력은 부족하다는 의미다.

특히 50대 이상 고령층에서는 보이스피싱, 스미싱, 가짜 앱 피해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60세 이상 응답자 중 74%는 ‘앱 설치 시 접근 권한을 따로 설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처럼 디지털 리터러시는 단지 ‘젊은 세대의 역량’이 아니다. 정보가 집중되고, 서비스가 디지털화될수록 고령층과 저소득층은 점점 더 배제될 수밖에 없다. 즉, 디지털 리터러시는 정보 불평등을 완화하고, 사회적 참여 기회를 보장하는 공공의 기본 역량으로 접근되어야 한다. 기술은 보편화되었지만, 판단력은 여전히 계층과 세대를 가른다. 이것이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모든 연령과 계층을 대상으로 확대되어야 하는 이유다.

 

 

표현 윤리와 사이버 폭력: 디지털 시민의 태도 교육이 절실하다

정보의 해석 능력 못지않게 중요한 디지털 리터러시의 또 다른 축은 표현 윤리와 감정 조절 능력이다. 특히 청소년 사이에서 사이버 폭력은 점점 더 은밀하고, 일상적이며, 구조화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2024년 교육부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이버폭력 경험률이 전체 학교폭력의 37.1%로 1위를 차지했다. 그중 단톡방 괴롭힘, SNS 비난, 댓글 조롱, 개인 정보 유포 등이 주요 사례로 나타났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표현 스트레스' 조사(2022,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는 10대 응답자의 65.3%가 “댓글이나 메시지를 쓸 때 오해받을까 봐 긴장한다”라고 답했으며, “표현 실수로 친구와 갈등을 겪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58.6%에 달했다.

 

이러한 수치는 단지 언어 사용의 문제가 아니라, 온라인에서의 인간관계, 감정 조절, 자기표현 방식 등 전반적인 사회성의 문제로 이어진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바로 이 지점에서 ‘기술의 사용법’을 넘어 ‘관계 맺기의 태도’를 가르치는 교육이어야 한다. 단순히 “욕설하지 말자”는 캠페인이 아니라, 내 말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언제 멈추고 어떻게 사과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핵심이다. 디지털 시민 교육은 곧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예의와 공감의 훈련이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해지려면, 리터러시 교육은 도덕이 아닌 생활이 되어야 한다.

 

데이터는 말한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이제 선택이 아니다

우리는 방대한 디지털 세계에서 매일 정보를 소비하고, 소통하며,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더 많이 실수하고, 더 자주 속고, 더 쉽게 상처받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지는 않은가?

통계는 말해준다. 국민의 과반이 가짜 뉴스에 속은 경험이 있다. 디지털 기기 활용률은 90%를 넘지만, 정보 판단력은 절반 수준에 머무른다. 사이버폭력은 학교폭력 유형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많은 청소년은 온라인에서 자신의 감정과 말이 불러올 파장을 두려워한다. 이 모든 문제의 공통된 해법은 기술이 아니라 사고력, 즉 디지털 리터러시다.

이제 리터러시는 교육 선택 과목이 아니라, 모든 세대와 계층이 함께 훈련해야 할 생활 역량이다. 정보는 넘치고, 기술은 빠르며, 표현은 자유로운 이 시대에 우리가 진짜 지켜야 할 것은 정보를 가려내는 힘, 표현을 책임지는 태도, 그리고 디지털 시민으로 살아가는 윤리 의식이다.

디지털 리터러시를 키운다는 것은 결국, 더 나은 디지털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그 사회는 데이터가 아니라, 사람이 중심이 되는 공간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