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리터러시

한국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 어디까지 왔나?

wobbi 2025. 7. 10. 20:30

디지털 강국 대한민국, 리터러시 수준도 강한가?

대한민국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디지털 인프라 강국이다.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5G 통신 속도, 스마트폰 사용률 모두 세계 최상위 수준이다. 일상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지 않는 순간은 거의 없다. 학생들은 온라인 플랫폼으로 수업을 듣고, 직장인들은 협업 도구로 업무를 처리하며, 고령자들도 간편 결제로 시장을 본다. 이렇게 디지털 환경은 일상이 되었지만, 과연 그만큼 국민의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도 함께 성장했을까?

 

한국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


디지털 리터러시는 단순히 기기를 다루는 능력이 아니라, 디지털 공간에서 정보를 판단하고, 소통하며, 책임 있게 활용하는 종합적 역량이다. 특히 정보 판별 능력, 온라인 윤리 의식, 디지털 권리·의무 인식은 개인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건강성과 직결된다.

이 글에서는 한국의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다양한 지표와 사례를 통해 분석하고, 현실적인 과제와 앞으로의 방향성까지 살펴본다. 표면적인 기술력 뒤에 숨겨진 ‘사고력의 격차’가 드러나는 순간, 진짜 해결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분명해진다.

 

 

객관적 수치로 본 한국의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

한국은 ICT 기술 활용 능력에서는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지만, 디지털 리터러시의 세부 항목으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단순한 디지털 사용률과 리터러시 수준은 같지 않기 때문이다. 몇 가지 대표적인 통계를 살펴보자. 

  • 2023년 정보문화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한국 국민의 디지털 기기 사용 능력은 93%에 달하지만, 디지털 정보판별 능력은 56%에 그쳤다.
  • OECD의 PISA 디지털 독해 평가에서도 한국 학생들의 디지털 문해력은 평균 이상이었지만, 출처 신뢰성 평가와 비판적 읽기 영역에서는 주요국 대비 낮은 성과를 보였다.
  • 특히 50대 이상 연령층은 디지털 위험 인식 능력이 매우 낮아, 피싱, 사기, 가짜 뉴스에 취약하다는 결과도 다수 나타났다.

이 수치는 무엇을 말해주는가? 한국인은 디지털을 ‘많이’ 사용하지만, ‘잘’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콘텐츠를 선택하고, 정보의 신뢰성을 평가하고, 온라인에서 책임 있는 언행을 실천하는 능력은 아직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다.

 

기기 사용 능력과 리터러시는 서로 다른 역량이다. 사용자의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어떤 기준으로 정보를 판단하고 행동하느냐는 질적 문제다.

 

 

현장 사례로 본 디지털 리터러시의 공백

청소년층: 빠르지만 깊지 않은 정보 소비
청소년은 디지털에 가장 익숙한 세대다. 그러나 가짜 뉴스에 대한 감별력이나 표현 윤리, 온라인 공감 능력은 교육의 공백으로 인해 취약한 상황이다. 예를 들어, 한 중학교에서는 ‘뉴스 기사 신뢰도 평가 활동’에서 학생의 70%가 조회수와 섬네일을 기준으로 기사의 진실 여부를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의 구조나 출처보다 감각적 요소에 더 큰 영향을 받는 소비 습관은 향후 사회적 문제로 확산할 수 있다.

 

성인 직장인: 기술은 능숙하지만, 판단은 부족
많은 직장인이 이메일, 클라우드, 협업 도구 등 디지털 도구를 능숙하게 다루지만, 정보의 신뢰도 판단이나 저작권 인식,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의 윤리적 기준에는 여전히 취약하다. 한 조사에서는 직장인의 68%가 '인터넷에서 찾은 정보를 공식 문서에 인용할 때 출처를 밝히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또한 온라인 회의 중 무심코 발언한 내용이 사내 윤리 위반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고령층: 사용 격차에서 리터러시 격차로
고령층은 디지털 격차라는 단어가 아직도 유효한 집단이다. 간단한 앱 설치나 모바일 결제는 사용할 수 있지만, 보안 경고나 허위 링크, 개인정보 수집 팝업에는 여전히 무방비 상태다. 최근 60대 이상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이 자동으로 허용하는 앱 접근 권한을 변경할 수 없다’고 답한 비율이 72%에 달했다. 디지털 접근은 가능하지만, 정보 선택과 판단에 대한 리터러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디지털 기술 강국을 넘어, 디지털 사고 강국으로 가야 한다

대한민국은 기술적 인프라에 있어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지만, 디지털 리터러시의 ‘내용과 깊이’에 있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제는 ‘사용 능력’을 넘어 ‘판단 능력’, ‘윤리 감수성’, ‘정보 해석력’을 키우는 사고 중심의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략이 필요하다.

  • 학교 교육에서의 리터러시 과목 확대: 정보 과목 또는 융합 교과에 ‘정보 판단, 디지털 윤리, 미디어 해석’을 포함
  • 평생교육 차원의 성인 리터러시 교육: 직장인·고령층 대상 맞춤형 정보 보호 및 온라인 표현 교육 확대
  • 디지털 리터러시 국가 인증제 도입 검토: 국민 누구나 자신의 디지털 이해 수준을 진단하고 학습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
  • 가짜 뉴스 대응을 위한 공공 사실확인 프로그램 강화: 언론·교육기관·정부가 협력해 팩트 기반 정보 확산

 

디지털 문명의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하지만 기술만으로는 신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없다. 정확하게 정보를 읽고, 판단하고, 책임 있게 표현할 줄 아는 시민이 많아질 때 비로소 건강한 디지털 사회가 완성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기술이 아니라, 더 깊은 이해다. 한국 사회가 진정한 디지털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기기보다 사람을, 속도보다 사고를 중심에 놓는 교육과 문화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