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보다 느린 교사의 디지털 이해, 그 간극이 만든 교육 격차
2025년, 교실은 더 이상 칠판과 분필로만 구성된 공간이 아니다. 태블릿과 스마트 보드, 온라인 플랫폼, AI 학습 도구가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학생들은 유튜브로 과학을 배우고, 챗GPT로 글쓰기 피드백을 받고, 구글 클래스룸으로 과제를 제출한다. 그러나 이 모든 기술 혁신의 중심에 서야 할 ‘교사’의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은 여전히 들쑥날쑥하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단순한 기술 조작 능력이 아니다. 정보의 진위를 판단하고, 기술을 교육 목적에 맞게 해석하고, 윤리적으로 사용하는 종합적 사고력이다. 그러나 지금도 많은 교사들은 줌(ZOOM) 사용법을 익히는 데 수개월을 소비하고, 구글 드라이브의 공유 기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수업을 운영하며, 학생의 디지털 학습 행동을 데이터로 분석하는 일에는 아예 손을 대지 못한다.
문제는 이런 ‘교사의 디지털 리터러시 부족’이 단순히 개인의 불편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것은 수업의 질을 결정하고, 학생의 학습 참여도를 바꾸며, 더 나아가 학교 전체가 ‘디지털 교육 격차의 사각지대’가 되도록 만든다. 이 순간에도 교육 현장에서는 교사의 이해 부족으로 인해 디지털 수업이 형식에 그치고, 실제 역량을 키우지 못한 채 흘러가는 수많은 장면이 벌어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 리터러시가 부족한 교사가 실제로 교육 현장에서 어떤 문제를 발생시키는지, 그로 인해 학생에게 어떤 교육 불평등이 나타나는지, 그리고 교사 디지털 리터러시 강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세 가지 문단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디지털 리터러시가 부족한 교사, 교육의 질을 어떻게 무너뜨리는가
교육부는 매년 디지털 교육 강화를 외치고 있다. 교육청에서는 AI 교육, 메타버스 교육, 빅데이터 수업 등 새로운 시도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현장의 교사들이 디지털 리터러시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이러한 변화는 오히려 ‘부담’과 ‘혼란’으로 작용하고 있다.
(1) 기술은 있는데 활용법을 모른다
많은 학교에는 스마트 보드, 태블릿, 노트북 등 각종 장비가 도입되어 있다. 그러나 디지털 리터러시가 부족한 교사는 이 장비를 단순히 ‘보여주는 도구’로만 사용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 보드로 유튜브 영상을 틀어주는 데 그치거나 학생에게 태블릿을 주고 자유롭게 검색하게 하되, 검색 기준이나 정보 판단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도구를 ‘교육적 맥락’에 적용하지 못하는 대표적 사례다. 결국 기술을 수업에 접목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수업의 겉 포장으로만 사용하는 일이 반복된다.
(2) 학생보다 느린 반응 속도, 수업 흐름을 방해한다
요즘 학생들은 교사가 PPT를 넘기는 속도보다 빠르게 디지털을 해석하고 반응한다. 하지만 디지털 리터러시가 낮은 교사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출석 확인, 과제 제출, 피드백 전달 등에 수업 시간을 지나치게 소비하며, 학생들의 집중력과 몰입도를 낮추는 결과를 초래한다.
심지어 일부 교사는 학생이 제기한 플랫폼 오류나 기술적 문제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수업을 중단하거나 교무실로 돌아가 조치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마다 학생들은 교사보다 자신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되고, 이는 교사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진다.
(3) 학생의 디지털 행동 데이터를 읽지 못한다
디지털 학습 플랫폼은 학생의 학습 이력, 참여도, 정답률, 학습 시간 등 다양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이 데이터는 학생의 이해도와 학습 방향을 예측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정보다. 그러나 디지털 리터러시가 부족한 교사는 이 데이터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모른다.
결과적으로 ‘개별화 학습’이 불가능해지고 성취도가 낮은 학생은 수업에서 점점 더 멀어지며 학습 격차는 방치된다. 학생은 점점 더 다양한 디지털 도구를 통해 스스로 학습하지만, 교사가 이를 분석하고 조율해 줄 수 없다면, 교육 현장은 방향을 잃은 항해가 된다.
교사 디지털 리터러시 강화,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
디지털 리터러시 부족은 단순한 ‘능력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교사에게 주어진 기회와 구조의 문제이기도 하다. 교사도 배워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연수 시스템, 교사 연령대, 업무 과중 등은 실제 디지털 리터러시 향상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사 개인의 노력만 아니라 제도적 전환과 시스템적 뒷받침이 동시에 필요하다.
(1) 실용 중심, 맥락 중심의 교사 연수 시스템 개편
현재 교육청 연수는 대부분 일방적인 강의식 교육이 많고, 수료를 위한 형식적 수강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디지털 리터러시 향상을 위해서는 교과 수업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사례 중심 연수, 문제 해결 기반의 실습형 워크숍, 교사끼리 피드백을 주고받는 동료학습 기반 구조가 필요하다. 특히 ‘어떻게 수업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안내와 도구 활용 전략이 절실하다.
(2) 학교 단위의 협업과 교내 리터러시 리더 육성
학교 내부에 디지털 리터러시를 잘 이해하고 있는 ‘디지털 멘토 교사’를 지정해, 동료 교사들의 실습과 현장 피드백을 지원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예: 구글 클래스룸을 처음 쓰는 교사를 위해 교내에 튜터 역할을 하는 교사를 배치하거나 디지털 평가, 학생 데이터 활용, AI 활용 수업 등에 대한 학교 내 전문 학습 공동체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구조는 ‘배움의 확산’을 가능하게 하고, 교사 간의 학습 문화를 만들어낸다.
(3) 교사의 디지털 리터러시를 평가 요소로 반영
디지털 시대에 교사의 역량은 단순히 교과 지식만으로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수업 설계 시 디지털 콘텐츠 활용 능력과 학생의 디지털 학습 행동에 대한 이해도, AI, 메타버스, 협업 도구 등 미래 기술을 수업에 접목하는 창의력도 평가 기준에 포함되어야 한다. 공정하고 실질적인 평가 기준이 있어야, 교사들도 디지털 리터러시를 단순히 연수가 아닌 ‘자기 경쟁력’으로 인식할 수 있다.
교사의 디지털 리터러시,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책임’이다
교사는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을 넘어, 시대를 해석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존재다. 디지털 시대에 교사가 디지털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학생은 디지털 속에서 길을 잃는다. 교사의 디지털 리터러시는 단순한 기술 숙련도가 아니라, 교육의 방향성과 철학을 실천하는 도구다.
학생들은 디지털에 익숙하다. 그러나 그 익숙함이 ‘현명한 활용’으로 이어지려면, 교사의 학생 지도가 필요하다. 그 학생 지도를 가능하게 하는 힘이 바로 디지털 리터러시다.
이제는 교사의 나이, 전공, 배경을 떠나, 모든 교육자에게 디지털 리터러시는 필수 역량이 되어야 한다. 그 시작은 단순한 기술 연습이 아닌, 학생을 위한 책임 있는 배움의 자세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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