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앞서가고 있지만, 모두가 따라가는 것은 아니다
2025년 현재, 사회는 디지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로 은행 업무를 보고, 정부 민원도 온라인으로 처리하며, 병원 예약까지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시대다. 하지만 이 디지털화의 물결에서 여전히 소외되고 있는 한 집단이 있다. 바로 노년층(고령자)이다. 많은 노인이 여전히 스마트폰의 기본 기능조차 익숙하지 않고, 온라인 정보를 접하더라도 그 진위를 판단하거나 활용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이러한 상황은 단순한 ‘불편함’의 문제가 아니다. 디지털 리터러시의 부족은 고령자의 사회적 고립, 정보 소외, 경제적 불이익, 심지어 건강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반면, 디지털 역량을 갖춘 노년층은 더 넓은 세계와 연결되고, 더 건강한 삶을 살며, 더 오래 사회 구성원으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그만큼 지금에 이 시점에서 노년층을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 글에서는 왜 노년층에게 디지털 리터러시가 꼭 필요한지, 어떤 교육이 요구되는지, 실제 사례와 함께 자세히 살펴본다.
노년층의 디지털 격차 현실과 그로 인한 문제점
노년층의 디지털 격차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만 60세 이상 고령자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전 연령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특히 70대 이상에서는 스마트폰 사용률이 40%를 겨우 넘는 수준이며, 인터넷 뱅킹, 모바일 쇼핑, 키오스크 이용 등 실제 활용도는 20% 이하에 불과하다.
이처럼 디지털 활용 능력이 떨어지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먼저 사회적 고립이 심화한다. 가족이나 친구와 연락을 주고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각종 커뮤니티 정보에도 접근하지 못한다. 실제로 일부 독거노인들은 ‘카카오톡이 없어서 손주 얼굴을 1년 넘게 보지 못했다’는 사례도 있다.
또한 경제적 불이익도 뒤따른다. 온라인 전용 상품, 모바일 할인 쿠폰, 전자지급결제 서비스 등은 고령층에게 거의 닿지 않는다. 디지털 금융 환경에서는 단순한 정보 부족이 아니라 실질적인 손해로 이어지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건강과 안전 문제다. 요즘 대부분의 병원은 진료 예약을 앱으로 받는다. 코로나 이후 등장한 온라인 진료, 화상 상담, 처방 알림 서비스 등은 디지털에 익숙한 사람에게만 가능하다. 이런 변화는 노년층의 의료 접근성을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다. 게다가 가짜 뉴스나 건강 관련 허위 정보에 쉽게 노출되는 것도 큰 위험 요소다.
노년층을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
노년층에게 필요한 디지털 리터러시는 단순한 기기 사용법 교육이 아니다. 핵심은 ‘정보를 판단하고, 기술을 목적에 맞게 활용하며, 온라인 환경에서 안전하게 행동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즉, 고령자 맞춤형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
실생활 중심 교육
노년층은 단순한 기술 습득보다는 실제 생활에서 필요한 활동을 중심으로 배워야 흥미와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으로 손주 사진 받기’, ‘모바일로 병원 예약하기’, ‘키오스크로 음식 주문하기’ 같은 현실적인 상황 중심의 커리큘럼이 효과적이다.
반복할 수 있고 친절한 설명 방식
기억력과 학습 지속력이 떨어질 수 있는 고령자를 위해, 반복적이고 시각적인 자료 중심의 교육이 필요하다. 교재는 큰 글씨, 그림 중심으로 제작하고, 직접 해보는 체험 중심 수업이 효과적이다.
정서적 접근이 가능한 강사와 공간 구성
노인들이 느끼는 ‘기계에 대한 두려움’과 ‘실수에 대한 창피함’을 줄이기 위해, 동년배 강사나 또래 멘토가 있는 수업 구조가 효과적이다. 실제로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60대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시니어 디지털 강사 양성 과정’을 통해 노인끼리 가르치고 배우는 구조를 운영하고 있으며, 반응이 매우 좋다.
디지털 윤리·보안 교육 포함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해질수록 사기·스팸·가짜 뉴스에 노출될 가능성도 커진다. 따라서 단순한 앱 사용법이 아니라, 정보를 구별하는 법, 문자 사기 대처법, 비밀번호 설정 방법, 개인정보 보호 원칙 등을 반드시 교육에 포함해야 한다. 이는 ‘기술’이 아니라 삶의 안전을 위한 기본 권리 교육이다.
노인을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는 사회 전체의 생존 전략이다
노년층을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은 단순히 개인의 편의를 위한 서비스가 아니다. 그것은 고령화 사회에서 사회 통합과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기반이다. 우리 사회는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고, 앞으로 10년 이내에는 국민 절반 가까이가 50세 이상이 된다. 이처럼 변화된 인구 구조 속에서 노년층이 디지털에 접근하지 못하면, 사회 전반의 정보 불균형과 세대 간 단절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
더 늦기 전에 우리는 디지털 교육의 시선을 어린 세대뿐만 아니라 노년 세대에도 확장해야 한다. 정부는 고령자를 위한 디지털 교육 예산을 확대하고, 전국 지자체가 주도하는 평생교육 센터나 노인복지관에 상시적인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프로그램을 배치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기업, 대학, 청년 세대 등이 함께 참여해 세대 간 디지털 멘토링 시스템을 구축하면 훨씬 더 지속 가능하고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기술이 빠르게 바뀌는 세상에서 사람을 잊지 않는 디지털 전환이야말로 진정한 사회 혁신이다. 그 출발점은 노년층의 손에 스마트폰을 쥐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지금이, 그 교육을 시작할 때다.
'디지털 리터러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튜브 시대의 디지털 리터러시: 콘텐츠 판단 기준 세우기 (0) | 2025.07.08 |
---|---|
디지털 리터러시와 가짜 뉴스 구별 능력의 상관관계 (0) | 2025.07.07 |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디지털 리터러시 핵심 역량 5가지 (0) | 2025.07.07 |
2025년 대한민국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정책 분석 (0) | 2025.07.06 |
디지털 리터러시란 무엇인가? 개념부터 실제 적용까지 (0) | 2025.07.06 |